최강 동물왕 왕중왕전 배틀 콜로세움 - 리뷰

개성 넘치는 생물 육성 게임

사자랑 호랑이가 싸우면 과연 누가 이길까? 초등학교 때, 과학 교과서의 한 귀퉁이에 있던 하나의 구절은 수업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물이 거의 없는 사바나에서 사는 사자는 수영이 가능한 호랑이와 비교하면 환경적 요소 탓에 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집단으로 공격하는 사자의 특성을 생각하면 호랑이가 불리할 것이다. 같은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이야기 역시 ‘밸런스 게임’ 중 하나일 듯싶다. 그리고 한 가지 소재로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참가자를 불타오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최강 동물왕 왕중왕전 배틀 콜로세움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게임이라고 본다.

일본의 인기 아동 도서 시리즈인 최강 시리즈 중 ‘최강 동물왕: 왕중왕전’(국내명)을 원작으로 하는 이 게임은, 어린이 대상 콘텐츠에 토너먼트로 동물들을 싸우게 하는, 불순한 의도로 오해할 수 있는 소재라 의아할 수 있겠지만, 게임은 시작부터 단순한 배틀이 아니라 생물의 특징과 성질을 배우는 목적 아래 싸운다고 가정함을 밝히며 기획 의도를 분명히 한다.

꼼꼼한 주의 사항. 반드시 플레이어가 읽게 하기 위해 수동으로 넘기도록 설정되어 있다

게임의 토너먼트는 원작의 구성을 충실히 따른다. 동물, 곤충, 공룡 가운데 육성하는 생물을 매주 토너먼트에 참가시키는 방식인데, 무작위로 매칭되는 상대 생물의 특성이 무엇인지 요약하는 타이틀이 큼지막하게 붙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책에서는 상대의 전술과 능력치를 먼저 보여준 다음, 많아도 3컷 이내에 전투를 끝내는 방식이지만, 게임은 원작의 뼈대를 그대로 가지고 왔으나 차이점이 있다.

전투는 최대 5라운드에 걸쳐 진행한다. 보통은 한쪽이 쓰러지는 것으로 승부가 결정되나,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버티기’로 승부를 볼 수도 있기에 육성뿐만 아니라 전투 전 대전 화면에서 6가지로 구성된 능력치를 살펴보고, 어떤 작전을 취할 것인지 판단이 중요하다. 플레이어가 생물의 스킬 사용 명령을 내릴 수 없고, 능력치에 따라 자동으로 소유한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해, 토너먼트 등급이 오를 수록 생물이 가진 능력치의 균형 등 배틀을 시작하기 전 고려해야 할 요소도 늘어난다.

토너먼트는 무작위로 추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대전 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 흥미를 끈다. 대표적인 예로 거대한 코끼리와 한 발에 밟히면 끝날 것 같은 사슴벌레가 체급이 전혀 다름에도 앞서 언급한 버티기 전략을 활용할 경우, 코끼리의 거센 공격에도 다 회피하는 사슴벌레를 키워내서 남은 체력으로 판정승을 거둘 수도 있는 등, 플레이어가 육성하는 방향에 따라 토너먼트의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따라서 종족에 따라 특화된 능력치와 스킬이 다르기에 첫 육성 생물을 고를 때, 게임 내 설명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면, 주 콘텐츠인 육성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너무나 정직하다. 이 정직함으로 얻을 수 있는 게임적 이득도 있지만, 한편으로 운에 좌우되는 상황이 거의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한계로 다가오는 느낌도 있다. 원작이 인기 아동 도서라는 사실과 게임의 대상 유저층을 감안하면 제작진이 의도한 순한 맛으로 보이며, 보통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를 즐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겪을 법한 육성 실패도 없다. 컨디션 관리를 못하거나 출전 대회에서 계속 연패해 키우던 생물을 더 이상 육성할 수 없는 등의 부정적 경험이 없는, 한없이 상냥한 게임이다.

문제는 반복하는 육성 가운데 변수가 되는 이벤트가 크게 없으니 쉽게 지루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게임의 육성 시스템은 1년 단위로 번갈아 가며 2종류의 생물을 훈련하는 방식이고, 출전할 수 있는 대회 정도만 뚜렷한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2년 차의 육성 구성도 1년 차와 동일하다. 결국 똑같은 육성 화면을 2번씩 봐야 하는 셈인데, 생물 카드와 계승에 사용한 생물 메달에 따라 해당 회차의 육성에서 상승할 수 있는 능력치가 거의 고정되어 있고, 육성 시스템상 전체적인 능력치를 골고루 올리는 일이 쉽지 않으며, 공격이나 방어에 올인하여 한쪽에 치우쳐진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 브론즈에서 실버로 승급할 때 크나큰 벽에 부딪힌다. 게임이 원하는 능력치의 균형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쉬운 토너먼트를 숙제처럼 돌면서 랭크를 올리고, 얻은 코인으로 훈련 시설의 설비를 강화하는 등 몇 대에 걸친 육성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특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귀중한 1주를 소모해서 참여하는데도 능력치 상승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않으면 육성에 필요한 코인을 얻을 수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기 쉽다.

전체적으로 육성 시스템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지구 최강의 생물을 가리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육성 시스템, 토너먼트 배틀을 즐기면서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거나 처음 보는 생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이다. 특히 교육적인 면에서 아이와 함께 즐긴다면, 책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생물에 대한 흥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평결

드라마틱한 무작위 요소가 없는 평탄한 시스템 구조상 팔방미인 생물을 육성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동물 vs 곤충, 공룡 vs 동물 등 시대상을 뛰어넘는 매력적인 대전 조합이 준비되어 있다. 최강 동물왕이라는 명예로운 자리를 위해 생물 육성을 반복하면서 계승과 전략을 고민하다 보면, 원작인 책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생물에 대한 흥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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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동물왕 왕중왕전 배틀 콜로세움 리뷰

6
Okay
소재의 강한 개성과 별개로, 키우는 과정은 인상적이지 못하다.
최강 동물왕 왕중왕전 배틀 콜로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