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 히로미 인터뷰 - 디지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디지몬이라는 커다란 나무를 키우는 법, 그리고 즐기는 법

디지몬은 본래 반다이에서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 ‘디지털 몬스터’에서 시작된 콘텐츠다. 디지털 몬스터는 당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던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를 발전시켜 자신이 키운 몬스터로 전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한국에서도 ‘디지몽’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었다.

하지만 디지몬이 단순히 게임으로만 끝났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는 없었을 것이다. 1999년 일본에서 방송된 TV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으며 디지몬을 지금의 지위에 올려놓았고, 우리나라에도 방송되어 라이벌 ‘포켓몬스터’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디지몬의 기본 세계관과 개념은 대부분 이 당시에 확립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인물이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세키 히로미(Hiromi Seki) 프로듀서다. 토에이 애니메이션 최초의 여성 프로듀서인 세키 히로미는 아직 애니메이션 업계에 남녀 차별이 심했던 1985년에 입사해, 처음에는 견습으로서 시청률 조사나 더미 기획서를 쓰는 일을 맡았다. 이 더미 기획서란, 프로듀서가 방송국과 스폰서에게 기획안을 내놓을 때 자신의 기획을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해 일부러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다수의 경쟁 기획서를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견습이었던 세키 히로미의 기획서가 채택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 작품이 바로 국내에도 ‘작은 숙녀 링’ 등의 이름으로 방송된 ‘레이디! 레이디!’로, 이를 통해 그녀는 처음으로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그렇게 프로듀서 생활을 시작하여 경력을 쌓아가던 세키 히로미는 휴대용 게임 디지털 몬스터의 애니메이션화에 참가하게 된다. 준비된 것이라고는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밖에 없는 상태에서, 세키 히로미와 제작진들은 나머지 모두를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했다.

세키 히로미(Hiromi Seki). 토에이 애니메이션 영업기획본부 IP전략실 프로듀서. 토에이 애니메이션 최초의 여성 프로듀서로 ‘작은 숙녀 링’의 어시스턴트 프로듀서로 데뷔. 이후 ‘GS 미카미 극락대작전’으로 정식 프로듀서가 되었다. ‘마멀레이드 보이’, ‘꽃보다 남자’ 등을 거쳐 오리지널 작품인 ‘꼬마 마법사 레미’ 시리즈와 ‘디지몬’ 시리즈가 대히트하며 토에이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로 자리 잡았다. 그 밖의 오리지널 작품으로서 ‘내일의 나쟈’, ‘쿄소기가’ 등이 있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만들어진 ‘디지몬 어드벤처’

IGN과 만난 세키 히로미 프로듀서는, 당시 디지몬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디지몬을 애니메이션에 어떻게 등장시킬지 결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디지몬 어드벤처 당시에는 어떤 디지몬을 출연시킬지에 대해 반다이의 입김이 없었습니다. 저희 쪽에서 스토리를 만들면서 디지몬을 골라 역할을 주고 출연시켰죠. 그래서 디지몬 어드벤처에 나오는 디지몬에는 특히 애착이 강합니다. 직접 등장 디지몬을 고르면서, 어떤 성우를 붙여서 어떤 대사를 말하게 하면 더 재미있을지 제작진 사이에 열띤 토론도 있었습니다.”

이런 자유로움은 디지몬의 선정에 그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점점 더 많은 디지몬이 필요해졌고, 제작진의 자유로운 발상 속에서 새로운 인기 디지몬이 연달아 태어났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는 우선 설정을 문서로 만들고 그 컨셉에 맞는 디자인을 발주합니다. 인기가 생긴 뒤에는 일종의 기세라고 할까,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어갔고, 이런 방식으로 하면 더 강한 디지몬이 만들어진다는 아이디어도 계속 나왔습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디지털 몬스터의 숫자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86체였죠. 그 후로 점점 늘어나버려서 결국 저도 이젠 파악을 못 하게 됐습니다(웃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디지몬에 다른 몬스터 캐릭터와 구분되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에는 ‘포켓몬스터’나 ‘울트라 괴수’ 등 수많은 몬스터 캐릭터들이 있었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차별화가 절실했다.

“디지몬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부분은 초기의 좀 어둡게 보이는, 아메리칸 코믹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윤곽선이 뚜렷하고 눈이 커다란 디자인이었습니다. 그게 좀 무섭게 느껴졌죠. 저는 그 무서움이 매력인 동시에 TV로 보여줄 때는 약점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애들에게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되면서 디지몬이 말을 하게 되자 갑자기 친근감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디지몬에게 주어진 ‘소통’의 능력은 이후 디지몬과 그 파트너인 ‘선택받은 아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연’을 그리는 드라마로 발전되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디지몬의 가장 큰 특징을 이루고 있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디지몬의 외형적 이미지도 바뀌었다. 가장 첫 작품인 극장판 ‘디지몬 어드벤처: 운명적 만남’의 시점에서는 다소 어둡고 괴수에 가까운 분위기가 남아있었지만, 중반 이후에는 워그레이몬 등 히어로 스타일의 디지몬이 등장하며 더 많은 인기를 얻었고, 극장판 ‘우리들의 워 게임’의 오메가몬은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디지몬 어드벤처에서 타이치(신태일) 일행이 디지털 월드에서 도쿄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무렵부터 히어로의 이미지가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이미 디지몬 2년차가 결정되어 있었고, 히어로의 요소를 추가하는 것으로 디지몬 1년차의 인기를 더 끌어올리고 싶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신규 디지몬 디자인은 제작진의 발주를 받아 완구 기획팀에서 진행하지만, 완전히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창조한 디지몬도 극소수 존재한다. 세키 히로미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디지몬도 이렇게 탄생된 디지몬 중 하나였다.

“'디지몬 어드벤처 02'의 극장판 ‘디지몬 허리케인 상륙!! 초절진화!! 황금의 디지멘탈’은 일본에서 전후편으로 개봉되었습니다만, 감독이 ‘드래곤볼’ 극장판도 많이 만드신 야마우치 시게야스 씨였죠. 이 영화에는 구미몬이라는 디지몬이 나오는데, 본래는 쌍둥이 디지몬이었지만 서로 헤어져버려서 한 마리만 주인공 워레스 곁에 남았습니다. 나중에 ‘디지몬 테이머즈]에서 테리어몬이라 불리는 몬스터의 유년기 형태가 구미몬인데, 워레스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이 구미몬은 반다이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본래는 게임에도 나오지 않았죠. 사실은 우치야마 감독이 콘티 위에 재미삼아 그렸었는데 그게 너무나 귀여워서 제작진들이 다들 좋아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반다이도 맘에 들어 해서 정식 디지몬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들 디지몬과 소통하며 함께 싸우는 선택받은 아이들 역시 디지몬이라는 작품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지금도 당시 디지몬 팬들은 자신들을 선택받은 아이들이라고 부를 정도다. 세키 히로미는 이들을 만드는데 있어 시청자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캐릭터마다 모두 다른 개성을 갖게 하려고 했습니다. 디지몬들도 각자 유래가 있고 자신만의 역사를 갖고 있듯이, 인간도 8명이 있으면 8명 모두 개성이 다릅니다. 시청자는 그 중 한 명에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고, 자신의 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제가 캐릭터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타깃입니다. 작품에 따라서는 그 타깃을 굉장히 좁게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TV처럼 일반적인 미디어로 전파되는 아동용 작품이라면 처음부터 바늘귀에 실을 꿰듯 좁은 관점을 가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알기 쉽게, 들어오기 쉽게 만들어서 여자 아이는 ‘이건 내가 봐도 괜찮은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들어올 수도 있고, 남자 아이는 ‘아, 저 녀석 내 친구랑 비슷한데’라고 생각하며 들어올 수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대히트 이후, 디지몬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양쪽으로 상승세를 타게 된다. 이 시기의 중요한 작품으로서 ‘아키야마 료’ 시리즈라 불리는 원더스완 전용 게임의 존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이는 세키 히로미가 관여한 유일한 디지몬 게임이기도 하다.

그 내용은 애니메이션의 선택받은 아이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아키야마 료라는 또 한 명의 선택받은 아이가 활약하는 것으로, 본래는 애니메이션의 외전적 입장이었지만 게임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점 정합성에 문제가 생겨 팬들의 혼란을 불렀는데, 결국에는 시리즈 전체가 각각 독립된 평행세계라는 설정으로 정착되었다. 아키야마 료 자신은 이후 애니메이션 ‘디지몬 테이머즈’에 후반 레귤러로 등장한다.

아키야마 료의 데뷔작인 원더스완용 게임 ‘디지몬 어드벤처 어노드 테이머/가소드 테이머’

“제가 게임에 관여한 것은… 원더스완 게임용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딱 한 번 있었는데, 아키야마 료라고 하는 캐릭터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본래는 게임에서만 활약했을 캐릭터였는데, 역시 TV에도 등장시켰으면 좋겠다는 반다이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TV에 등장시키려면 캐릭터의 성격 등을 TV 시리즈의 흐름에 맞게 바꿔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키야마 료에 대해서는 게임 팬의 입장에서 위화감을 느끼게 되었죠. 이건 역시 처음부터 계산해서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게임용으로 만든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에 출연시키기 위해 조금씩 수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몬 최신작의 정체는 ‘시작의 이야기’

세키 히로미는 지금도 디지몬 신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첫 작품인 디지몬 어드벤처의 이야기를 극장판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으로 마무리한 뒤, 두 번째 작품인 디지몬 어드벤처 02의 새로운 이야기인 ‘디지몬 어드벤처 02 THE BEGINNING’를 만들고 있는 것.

‘디지몬 어드벤처 02 THE BEGINNING’ 최초 예고

“저는 지난번 영화에 이어 슈퍼바이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된 업무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터나 감독과 함께 회의를 하면서 예전에 방송되었던 디지몬 어드벤처나 디지몬 어드벤처 02와 비교했을 때 정합성이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를 정하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캐치프레이즈 등도 만듭니다. 한마디로 작품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만드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인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은 팬들의 찬반양론이 빗발쳤던 ‘디지몬 어드벤처 tri.’를 마무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tri. 시리즈는 세키 히로미 등 오리지널 제작진이 일절 관여하지 않았기에 특히 구작 팬들에게 비판이 많았고, 결국 오리지널 제작진이 귀환해 이를 수습해야 했다.

“tri.에는 tri.의 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tri.는 예전에 제가 만들었던 디지몬 어드벤처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예전부터 봐주시던 팬들이 돌아서시기도 했죠. 하지만 tri.의 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tri.는 디지몬 어드벤처라는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가지의 방향이 너무 치우쳐서 나무 자체가 틀어지려는 것을 수정해야만 했습니다. 그 나무를 다시 본래의 방향으로 되돌리는 것이 제 일이지요. 하나의 나무가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지를 많이 뻗고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야만 하고, 설사 본래의 방향성에서 벗어난 작품이라고 해도 디지몬 어드벤처라는 나무를 더욱 크게 자라게 해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디지몬 어드벤처 tri.는 외부 회사에서 처음으로 디지몬에 관여하는 감독과, 각본가와, 프로듀서가 만든 작품입니다. 모두 젊은 사람들이죠. 저는 젊은 사람들이 한 일을 모두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하나의 삶의 방식이자 제작방식이죠. 하지만 디지몬이라는 세계는 상당히 깊이가 있는 세계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들도 모두 포용해서 디지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자세입니다.”

디지몬 어드벤처 tri.에서는 같은 ���계에 있어야 할 디지몬 어드벤처 02의 캐릭터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 덕분에 신작 영화에 등장할 02 캐릭터들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tri.에서는 02의 캐릭터들이 실루엣으로만 나온 채 끝나버렸고, 그 큰 사건동안 이들 하나하나가 도대체 뭘 했냐는, 자고 있었냐는 생각까지 드는 결말이었기 때문에 팬 여러분께 실례되는 짓을 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02의 캐릭터들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테마로서는, 디지몬 어드벤처 당시에는 타이치(신태일)와 친구들 일곱 명에 히카리(신나리)가 더해진 여덟 명이 나왔죠. 컴퓨터라는 것은 본래 이진법의 세계이고, 디지몬과 가장 처음 만난 것은 타이치와 히카리의 두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둘이 있었다면 그 전에 먼저 하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타이치에게는 동료가 있었고. 점점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8인이 됩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최초의 1인이기에 주변에 디지몬과 파트너가 된 아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 처지에 놓인 아이의 고독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그 아이와 디지몬의 파트너십이라는 점도 디지몬 어드벤처의 아이들처럼 강한 인연으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불안정하고 의존심이 강하거나, 일방적인 애정이 되기도 하고 서로의 착각이 엇갈리는 관계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혼자라는 것은 주변에 물어볼 친구조차 없다는 것이니까요. 저는 거기에 주목해서 최초의 디지몬과 최초의 인간 사이에 있었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싶었습니다.

감독인 타구치 토모히사는 ‘시작의 1인’이라고 말합니다만, 제가 보기에 그 시작의 1인은 디지몬 어드벤처의 8인을 방관자가 되어 지켜보기만 한 겁니다. 자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말을 걸어볼 수가 없었죠. 그 다음 세대로 02의 아이들이 나타납니다만, 이 최초의 1인의 삶의 방식을 통해서 다시 한번 디지몬과 인간과의 관계성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많은 취재에 답한 적이 있지만, 진정한 파트너십이라는 것은 일방적인 짝사랑 같은 것도 아니고, 스토커 같은 관계도 잘 될 리가 없죠. 파트너십이라는 것은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으니까 그걸 존중하고, 상대의 기분을 알 수 있으니까 자신도 기쁘거나 슬픈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등장하는 차세대 ‘디지몬’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원조 디지몬 어드벤처와는 별도로, 2020년에는 리부트 작품인 ‘디지몬 어드벤처:’가 방영되었다. 기본적으로는 디지몬 어드벤처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나오지만 스토리는 상당부분 변경되었는데, 이 작품이 기존의 디지몬 어드벤처를 대체하는 작품인지, 캐릭터만을 빌린 별개의 작품인지에 대해 세키 히로미는 판단을 유보한다고 답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디지몬 어드벤처 시리즈를 커다란 하나의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가 어느 작품에 대해 줄기라고 판단할지, 가지라고 판단할지, 잔가지라고 판단할지는 각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어느 하나로 특정하는 것 같은 말은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디지몬 서바이브’는 PS4/PS5, 닌텐도 스위치, XBOX ONE/Xbox Series X|S, WINDOWS로 발매 중

‘디지몬 고스트 게임’은 재능TV에서 방영 중

2022년 현재, 디지몬 프랜차이즈의 가장 최신 작품은 게임 ‘디지몬 서바이브’와 애니메이션 ‘디지몬 고스트 게임’이다. 이 두 작품은 모두 한국에 소개되어 새로운 세대를 대상으로 디지몬의 인기를 넓혀가고 있다. 이 둘이 과거의 디지몬에서 달라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문해보았다.

“바뀐 부분이라면 역시 시대배경이겠죠. 그 당시와는 리얼한 ‘현대’가 크게 바뀌었으니까요. 1999년에 디지몬 어드벤처가 시작될 무렵에는 어른들이 겨우 휴대폰을 들고 다니기 시작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이렇게까지 디지털이 발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의 첨단을 그리는 것이 좋은 지, 반대로 디지털의 첨단 뒤편에 숨어있는 취약점이랄까, 약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해 항상 신경 쓰게 되죠. 첨단이라고 하면, 디지몬 어드벤처 무렵에는 시청하는 어린이들 대부분이 휴대폰도, 컴퓨터도 없었던 만큼 컴퓨터를 사용하는 주인공들을 보고 동경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당연해진 세상이 되면서 오히려 디지털의 부정적인 부분이나 어두운 부분이 클로즈업되는 시대가 되었기에 그것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좀 더 현대 사회에 맞는 형태로 디지몬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제작진들의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디지몬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디지몬은 등장 몬스터의 숫자만이 아니라 속성, 형태, 진화, 집단, 기원 등에 관련된 설정 역시 대단히 방대하고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디지몬이 너무 복잡해져서 새로 입문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여기에 대해 세키 히로미는 ‘일단 시도해보라’라고 말한다.

“수없이 많은 디지몬 속에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디지몬을 찾아내는 것이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귀여워서 좋아할 수도 있고, 멋있어서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게 좋아진 캐릭터를 입구 삼아 디지몬의 세계에 들어올 수도 있겠죠. 디지몬과 함께 있는 선택받은 아이들 중 누군가에게 이감정입하면서 디지몬 세계로 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디지몬의 장점이기에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보셨으면 하는 작품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만든 20분 남짓한 분량의 첫 극장판입니다. 그걸 본 뒤에 TV 시리즈 디지몬 어드벤처 1화를 보는 것이 왕도입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디지몬 어드벤처: 운명적 만남’. 원제는 심플하게 ‘디지몬 어드벤처’다.

최신작 게임 ‘디지몬 월드 -next 0rder- INTERNATIONAL EDITION’는 2023년 2월 22일 발매 예정

세키 히로미는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좀 더 열린 자세로 디지몬이라는 세계를 즐겨줄 것을 부탁했다.

“디지몬을 보실 때 이건 정통이고 이건 사이비라는 식으로 생각해도 상관없습니다만, 디지몬은 좀 더 관용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은 게임의 디지몬을 좋아하시면 되고, 애니메이션도 디지몬 어드벤처를 좋아하시는 분, 02나 테이머즈를 좋아하시는 분도 있으실 테니 어떤 작품, 어떤 엔터테인먼트라도 디지몬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모두 거대한 세계 안에 있는 형제라고 생각하고 즐겨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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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어드벤처

2000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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